[책마을] '외교 전설' 키신저가 꼽은 6인의 리더들

입력 2023-05-26 17:52   수정 2023-05-27 00:28


위기는 리더십의 무대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말했다. “쉬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치인이 필요 없다. 대개 저절로 해결된다. 균형이 흔들리고 조화가 안개에 휩싸일 때야말로 세계를 구할 결정이 모습을 드러낼 기회다.”

지구촌 곳곳에서 리더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 ‘살아있는 외교 전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리더십을 논한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원서가 지난해 나온 최근작이다.

<헨리 키신저 리더십>은 키신저가 대면했던 6명의 리더에 대한 책이다. 키신저까지 포함하면 7명의 리더를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는 셈이다. 1970년대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는 현존하는 인물 가운데 국제 관계와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인물, 고급 정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인물로 여겨진다. 1923년 태어난 키신저는 27일 만 100세 생일을 맞는다.

그가 주목한 건 6명의 리더다. 이스라엘에 나치 피해를 사과하고 배상한 콘라트 아데나워 전 서독 총리, 현대 프랑스를 건설한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닉슨 독트린’을 선언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아랍권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을 맺으며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한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 싱가포르 초대 총리 리콴유,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한 명당 한 장씩 할애해 각 인물의 생애와 리더십 전략을 정리했다. 리더십에 관한 책이자 역사서이고 전기(傳記)다.

이들은 모두 세계대전을 통과했다. 키신저가 20세기 전쟁 시기의 리더들을 새삼 소환한 건 의미심장하다. 그는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류의 운명은 미국과 중국이 잘 지내느냐에 달렸다. 5~10년 안에 전쟁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키신저만 들려줄 수 있는 외교전 뒷이야기들이 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런 후일담이 리더십이라는 주제에 곧장 수렴되지 않아 책이 다소 산만한 건 사실이다. 당대 외교 테이블에 올랐던 현안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내어준다. 하지만 이런 ‘의도된 산만함’은 ‘리더십은 복합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책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의미 있는 정치적 선택은 변수가 하나뿐인 경우가 거의 없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려면 역사에서 얻은 직관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경제적, 지리적, 기술적, 심리적 통찰이 필요하다.”

키신저는 결론에 이르러 리더 6명의 또 다른 공통점을 알려준다. “누구도 상류층 출신이 아니었다.” 변변찮은 배경 덕분에 오히려 기존의 리더십에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며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진정 원대한 정책을 펼칠 지도자가 하나라도 남아 있는가?”라는 아데나워의 질문은 오늘날 ‘원대한 지도자를 발굴할 정책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을 논하던 책은 교육의 중요성, 독서와 사색의 필요성, 문해력이나 소셜미디어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로 끝을 맺는다. 타인의 비극에 감응할 줄 알고 포용성과 다양성을 갖춘 사회가 지도자를 길러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금 고리타분한가. 하지만 진실은 때로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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